미국 대학교 생활

미국과 한국 대학원 생활 비교

우당탕탕 박사 2022. 7. 18. 13:10
본인은 미국으로 유학 오기 전에 석사과정을 한국에서 마쳤다. 그리고 지금 미국에서 박사과정이 거의 끝나갈 무렵인 만큼, 두 나라의 대학원 생활에 대해서 비교하면, 유학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될 것 같다.
 
물론 이 비교는 절대적으로 객관적일 수 없고, 일반화 될 수도 없다. 한국과 미국에 수없이 많은 다른 대학, 학과, 연구실들을 고려하면, 이 글을 철저하게 내 주관적이면서도 작은 경험에 기반을 둔다는 것을 유념해주시길 바란다.
 
일단 대학원 생활을 학과와 연구 분야에 의해서 크게 좌지우지 되는 경향이 강하므로, 내 연구 분야에 해서 소개하겠다. 나는 computer science중에서도 cyber security를 연구하고 있다. 
 
1. 수업
- 한국: 대학원 수업은 교수나 학생이나 전력을 다하지 않는다. 논문과 연구가 그들의 주된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 미국: 빡세다. 정말 빡세다. 대학원 수업이 정말 어렵다. 교수는 가르치는데, 학생을 배우는데 전력을 다 한다.
- 결론: 미국 유학 왔다면 수업 열심히 듣자.
 
2. 논문지도
- 결론: 큰 차이가 없다. 지도교수라고해서 떠먹여 주는 것은 없다. 내가 스스로 돌파해나가는 수밖에는 없다.
 
3. 과제와 연구사이의 줄다리기
-한국: 내가 하는 연구 분야가 있고, 이와는 별개로 연구실에 지도 교수님들이 수주한 연구 프로젝트 주제들이 따로 있었다. 그러므로 논문을 제출하기 위한 내 개인연구를 하다가도,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정도는 연구실을 위한 프로젝트 주제들 관련해서 연구를 따로 해야 했었다. 문제는 프로젝트 주제들을 논문으로 이어지는 주제들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고 구현 위주의 과제들이기 때문에, 연구실 프로젝트로 시간을 쓸 때마다 느끼는 것은, 퇴근하고 강제적인 봉사활동으로 일하는 느낌이었다. 연구실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치더라도, 대학원생 입장에서는 얻는 것이 없다. 누구는 연구실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서 경험을 배운다고 하는데, 이런 경험은 있으나 마나 사실 커리어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 미국: 유학 선배들이 나에게 해주었던 유학생활 중 한 가지가, 미국에서는 한국과 달리 내 개인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거였다. 즉, 연구실 프로젝트에 따로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였다. 하지만, 나의 경우에는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개인연구와 연구실 프로젝트를 따로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연구실에 있는 대부분의 동료들을 보통은 개인연구에만 집중한다. 물론, 한국처럼 연구실 과제가지고 대학원생을 심하게 압박하지는 않는다.
- 결론: 큰 차이는 없다. 연구실을 운영하기 위해서 그 많은 돈을 교수가 어떻게 얻어오겠나? 한국이나 미국이나 기업 또는 연구소에서 과제를 받아와서 운영하므로 큰 차이가 있을 수 없다.
 
4. 출퇴근 시간
- 한국: 내가 소속된 연구실에서는 모든 대학원생들은 10시 30분까지 출근, 6시 이후에 퇴근가능이였다. 하지만, 이 시간만 딱 연구실에 머물다가 퇴근하는 대학원생을 없었다. 나는 보통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 출근했고, 오전 10시 30분에 출근해서 오후 11시정도에 퇴근했었다. 물론, 논문 제출이나 연구실 과제 발표가 얼마 안 남았을 때는 출근 퇴근 시간이라는 게 별로 의미 없어 질 때가 많았다.
- 미국: 출근 퇴근시간을 누가 언제 하는지 일일이 따지지 않는다. 과정보다는 결과만 보는 경향이 있어서, 연구만 잘 진행된다면, 딱히 근태에 대해서 문제 삼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서 연구를 늘 잘 진행할 수 있는 대학원생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러므로 놀랍게도 근태는 미국에서도 중요하다! 미국에 왔다고 해서 무조건 자유롭고 개인의 의사가 존중되는 게 아니다. 내가 속한 연구실의 지도교수들은 무작위로 연구실에 들러서 누가 출근해 있는 지 확인한다. 또는 가끔 연구미팅 할 때 연구실에 누가 출근해있는지 물어보기도 한다. 나는 보통 일주일 내내 오전 10시 30분정도에 일을 시작해서 자정 무렵까지 일을 한다.
- 결론: 미국에서 더 일하게 된다. 그 주된 이유는 아래의 차이점 때문이다.
 
5. 교수과 대학원생의 그 복잡 미묘한 관계
- 한국: 나는 교수님을 학문적 그리고 나아가 인생의 스승님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교수님도 나를 챙겨야할 아들 같이 대해주셨다. 그러므로, 내가 연구 성과가 없거나 방황하더라도, 참고 기다려주고 응원해주셨다.
- 미국: 여기서 교수는 고용주고, 대학원생은 노동자다. 그러므로, 내가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거나, 연구 성과에 대한 기대감이 없을 때는, 교수는 언제든지 대학원생을 해고한다.
- 결론: 한국에서 간간히 찾을 수 있는 마음 따뜻한 교수를, 미국에서는 좀처럼 찾기 힘들다.
 
6. 연구실 동료 간의 관계
- 한국: 한국 특유의 선후배 문화가 있어서, 후배 일 때는 선배들에게 사소한 것들까지 편하게 물어보고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선배일 때는 내가 좀 모범을 보이고 잘해야겠다는 책임감 때문에 더 열심히 연구했던 것 같다. 물론, 늘 이렇게 좋은 선후배 관계만 있는 것은 아니다.
- 미국: 각자도생이고 같이 수업 듣는 학생정도의 관계
- 결론: 한국 연구실에서 느낄 수 있는 전우애나 '정' 같은 것은 미국에서 기대하지 말자.
 
7. 연구비
- 결론: 대학 연구실에서 진행하는 연구비는, 미국이 조금 더 연구규모가 크지만, 대학원생 입장에서는 대동소이하다. 즉, 장비 많이 사야하고 사이즈가 큰 연구는 미국 대학 연구실이라도 못한다.
 
8. 출장비
- 한국: 출장비를 전산으로 신청하면 1주일 안에 출장비가 바로 내 통장으로 입급되었다. 논문을 발표하고자 해외로 출장을 갔을 때는, 학과에서 신용카드 정보를 알려주어서, 그 카드로 비행기 티켓, 호텔비용 등을 바로 결제할 수 있었다. 보통 출장을 다녀오면, 여비와 식비가 후하게 책정되므로 돈을 어느 정도 벌게 된다.
- 미국: 모든 비용을 내가 일단 개인 돈으로 지불하고, 나중에 학교에 상환신청을 하게 된다. 여기서, 채워넣고 제출해야하는 문서가 매우 많다. 문제는 행정 처리를 하는 직원들의 실수가 너무 빈번하다는 것이다. 내가 이미 제출한 서류를 왜 아직 까지 제출 안했냐고 독촉하기도 하고, 금액을 잘못 입력하기도 하고, 상상이상이다. 신청 후에도 출장비 입금까지는 빨라야 1달이고 길면 몇 달씩 기다려야한다.
- 결론: 행정 처리는 한국이 21세기라고 한다면, 미국은 중세시대에 머물고 있는 것 같다.
 
9. 학풍
- 한국: 나는 석사를 포항공대에서 마쳤는데, 그때 나는 다른 학교 학생들과 비교해서 무조건 내가 최고가 되어야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리고 내가 한국의 과학의 한 부분을 이끌고 있고, 내가 최고라는 자부심 같은 것이 있었던 것 같다.
- 미국: 나를 포함해서 같은 연구실에 있는 모든 대학원생들이 일단 학교 이름에 기인한 맹목적인 자부심을 느끼지는 않는다.
- 결론: 학교에 존재하는 학풍에 영향 받지 말자. 그 학교의 알려지지 않은 누군가가 될 것이 아니라, 내가 대단한 사람이 되어서 내가 졸업한 학교가 더욱 빛나야 한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과연 미국 유학의 장점이 도대체 뭔지 궁금해 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나는 웬만하면 한국에서 연구하고 지내라고 말하고 싶다. 유학의 장점을 그나마 말해보자면, 영어에 좀 더 익숙해지고, 그 누구와도 조금 더 수평적으로 의사소통하게 된다는 점인 것 같다. 그럼 또 미국 유학에 만족하냐고 궁금해 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나는 미국 유학에 매우 만족한다. 유학 오기 전에 막연하게 품고 있었던 미국 생활의 환상은 깨져버렸고, 유학을 오지 않았다면, 품고 있을 후회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고통이 후회라고 하던데, 그런 의미에서 한 가지 후회를 없앤 것은 큰 의미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