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교 생활

동네 도서관 방문해보기

우당탕탕 박사 2022. 8. 13. 13:29

코로나 이전에는 저는 일은 밖에서 하고, 집에서는 철저하게 휴식만을 취해왔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로는 대게 집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재택근무라는 것이 주는 장점들을 새롭게 깨닫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캠퍼스로 출퇴근하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되고, 주차할 곳을 찾아 헤맬필요도 없고, 무엇보다도 기름값도 아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집에서 일하고 자고를 몇 달 동안 반복하다 보면, 쳇바퀴에서 달리고 있는 다람쥐가 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타성에 젖어서 집중이 조금 안된다 싶을 때는 연구실에 출근을 해서 일을 하기도 하지만, 5년째 쓰고 있는 연구실도 이미 너무 익숙한 공간이라는 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아내도 집에서만 계속 일하기 답답했던 모양인지, 학교나 카페에 가서 일하면 안 되겠냐고 물어본 참에, 제가 살고 있는 동네에 공립 도서관을 방문해보기로 했습니다.

 

1층 구조의 건물이고 세월의 흐름이 느껴졌습니다.
한국과 달리 그냥 들어가서 책도 보고 빈 책상에 앉아서 공부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살고 있는 곳은 큰 도시가 아니여서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런게 가능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일단 처음 왔으니, 뭐가 있는지 둘러보기로 결정했습니다.
돌이켜보니 박사과정 시작하고 나서는 논문이나 교과서외 책이라고는 읽어본적이 없더군요.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교재들도 있군요. 하지만, 저는 이미 한국어를 잘 알고 있으므로 지나쳤습니다.
스페인어 서적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역시, 미국에서 스페인어만 해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게 거짓말이 아닌것 같습니다.
이 책들은 어떻게하면 장학금 받고 대학교 다닐 수 있늘까를 안내해주는 내용이였습니다. 미국 대학교의 학비는 정말 제정신이 아닌 것 같습니다. 교육의 기회는 가능한 평등한게 올바른게 아닌가하고 생각해봅니다.
이 방의 책들은 제가 살고 있는 Indiana주와 Tippecanoe county의 역사관련한 것들 이였습니다. 사람들이 여기에 있는 책상을 이용하지는 않길래 좀 눈치보여서 다른 곳들 찾아봤습니다.
노트북을 사용하려면 콘센트가 필요해서 여기서 앉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의자가 20세기 스타일이네요. 오래 않아 있으면 엉덩이가 많이 아픔니다. 실험했던 자료들을 정리하고 발표자료로 만들려고 했는데, 자료들을 저장한 USB를 안가져 왔더군요. 그래서 일을 잠시 더 미루고, 도서관을 더 구경하기로 결정 했습니다.
왼편에는 DVD 영화나 음악들을 듣고 빌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보통 Youtube에서 음악을 듣기 때문에 바로 지나쳤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꽤 널찍하게 있었습니다.
정말 놀랍더군요. 제가 사는 곳은 인구가 10만명이 안되는 도시입니다. 그런데 영어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의 언어로된 책들을 이렇게 구비해 놓고 있었습니다. 한국에 있는 인구 10만의 도시에서 외국어로된 동화책을 공립 도서관에서 찾는게 가능할까요? 물론 한국의 인구 99%가 한국인이므로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제가 사는 곳에 얼마나 많은 한국인 아이들이 있을까요?
아이가 생기면 꼭 아가랑 같이 와봐야겠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네이버나 구글에 미국 도서관을 검색하면, 정말 휘황 찬란한 시설의 도서관들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 시골 도서관도 나름 괜찮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용객의 대부분은 노년층분들이었고 대게는 신문을 많이 보시더군요. 사진에는 없지만, 한 가지 더 인상 깊었던 건, 가족단위의 이용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독립된 방들을 제공하더군요. 이건 정말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습니다. 가족단위로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물론 있겠지만, 아이들은 별로의 방에 머물게 되니, 소음 걱정할 필요도 없겠더군요.